[올캐 언니] 객실 승무원? 캐빈 승무원? 캐빈 크루? 플라이트 어텐던트? 스튜어디스?

"비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불멸의 환상과 죽음의 진실 사이에서 균형의 흥분을 안다. Lovers of air travel find it exhilarating to hang poised between the illusion of immortality and the fact of death." Alexander Chase

 

 

승무원을 부르는 다양한 이름

 

객실 승무원, 캐빈 승무원, 캐빈 크루, 플라이트 어텐던트, 스튜어디스 등 한 가지 직업을 부르는데 이렇게 많은 종류의 이름이 있는건 승무원 말고는 없을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어른들은 "스튜디어스"라는 사전에도 없는 특별한 이름까지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객실 승무원을 아시아나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캐빈 승무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럼 어떤 단어가 승무원을 부르기에 적합할까?

앞선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최초의 객실 승무원 제도를 도입한 BAT 항공에서는 엘런 처치를 비롯한 승무원들을 에어 호스티스(Air Hostess)로 홍보했다. 직역하면 '하늘의 여성 안내원'정도 되겠다. 그러다 에어 걸(Air Girl)이라는 정체 모를 이름도 등장한다.

1950년대 이르면 서비스 영역에 특화면 업무 특성으로 전문 서비스직을 지칭하는 '스튜어드(Steward)'의 여성형인 '스튜어디스(Stewardess)'가 널리 사용되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앳된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캐치 미 이프 유캔(Catch me if you can)'에서 디카프리오가 자신을 쫓는 형사 톰 행크스를 속이기 위해 가짜 승무원 모집을 나서는데, 여기에서도 스튜어디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1960년대 미국에서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승무원의 이름이 바로 스튜어디스 였기 때문이다.  

 

 

스튜디어스의 유래

 

우리나라에서 승무원을 지칭하는 말로 가장 널리 쓰인건 스튜어디스였다. '스튜디오'라는 말이 익숙한 한국사람들에게 스튜어디스 보다 스튜디어스가 입에 더 잘 맞아서 스튜디어스로 잘 못 표기하는 사람도 많다. 초록색 검색창에서 스튜디어스를 치면 수십개 페이지가 뜰 정도다. 쓰다보니 나도 뭐가 맞는지 헷갈린다. 

스튜어디스가 승무원의 고유명사처럼 된 이유는 우리나라 민간 항공의 시작이 60년대이기 때문이다. 1962년 대항항공공사가 역사적인 시작이었다. 당시 항공사는 민간기업이 아닌 인천공항공사 같은 공기업이었다. 하지만 경영 실패로 민간기업인 한진이 69년에 이를 인수했고 대한항공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당시의 많은 용어는 미국과 일본이 기준이 되었는데, 승무원에 대한 용어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스튜어디스로 대중에게 소개되었다. 당시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승무원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외국어 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스튜어디스는 이제 그만

 

에어 걸(Air Girl), 에어 호스티스(Air Hostess), 스튜어디스(Stewardess) 모두 성차별적 편견을 불러 일으키는 단어로 미국에서는 1980년대 언어 교정운동을 통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만일 우리나라 민간항공이 1980년에 처음 시작했더라면 스튜어디스가 승무원을 가리키는 말로 굳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승무원의 안전업무가 강조되면서 국제적으로 캐빈 크루(Cabin Crew), 캐빈 어텐던트(Cabin Attendant), 또는 플라이트 어텐던트(Flight Attendant)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여성형이나 남성형을 구분할 필요 없이 담당 직무를 강조하는 단어로 스튜어디스보다는 훨씬 더 적절해 보인다. 참고로 조종사는 파일럿이 아닌 플라이트 크루(Flight Crew)로 쓴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식적으로 객실승무원 또는 캐빈 승무원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업무의 전문성을 나타내도록 하고 있다. 

혹시라도 외국 항공사를 이용하게 될 경우 스튜어디스로 부르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한 번쯤 연습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