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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정보

예비 승무원들에게

크루코리아 2020. 2. 8. 04:18

안녕하세요

올캐 언니입니다.

 

오늘은 정보글 보다는 늦은 새벽 항공사 채용 공고만을 기다리는 예비 승무원들에게 편지글을 하나 쓸까 합니다.

저는 10년 넘게 국내 대형항공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승무원을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도 않았고 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으면서 우연한 기회에 원서를 넣었더니 덜컥 합격했습니다.

처음엔 많이 힘들었습니다. 승무원이란 생활도 생리도 전혀 모르고 일을 하자니 말이죠. 첫 2년간은 말수가 줄더군요.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에 동료들과 한 대화를 한 손가락으로 셀 정도였습니다. 적응하지 못해서 심각하게 퇴사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힘든 시간이 지나고 비행이 주는 매력에 빠져 살다 보니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나있네요. 그래서 승무원을 꿈꾸는 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어 이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이른 새벽에 일어난 김에 새벽녘 감성을 조금 담아 글을 씁니다. 

 

이 일을 하겠다는 꿈을 갖는건 좋습니다. 근무해 보니 이 직업만큼 매력적인 직업도 또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걸 위해 목숨걸고 준비하지 마세요. 그저 다른일 하면서 곁다리로 하시는게 좋습니다. 왜냐구요? 승무원 준비는 과정이 남지 않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연애를 하다보면 사랑했지만 어느순간 어긋나며 이별을 이야기하며 헤어질 때도 있습니다. 이별했다고 연애가 실패한건 아닙니다. 연애하는 동안 그와 보냈던 시간들이 좋은 추억이면 좋은 추억대로 나쁜 기억이면 나쁜 기억대로 하나의 과정으로 남아 다음 사람을 만날때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애는 과정이 남는 일입니다. 

하지만 승무원 시험은 합격 아니면 불합격만 남는 게임이죠. 떨어지면 거기서 끝입니다. 승무원을 준비하면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는 그 어디에서도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나의 노력이 스며있는 과정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시간낭비가 되어버립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공무원 시험과 같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2년이건 3년이건 그 동안 쏟았던 노력의 시간은 아무도 가치를 매겨주지 않습니다. 결과가 있어야 과정이 아름다워 질 수 있는 게임이죠.

 

그래서 승무원을 준비는 곁다리로 해야 합니다. 승무원이 인생에서 메인으로 올라오는 순간 아름다운 20대의 시간이 아깝게 허비됩니다. 100:1을 넘나드는 경쟁률에서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건 아주 소수일 뿐이니까요. 사실 승무원 준비는 곁다리로도 할만 합니다. 영어 성적과 간단한 면접 준비면 충분하니까요. 영어 성적은 평소에 조금씩 하면 550이라는 점수는 3개월이면 충분합니다. 면접 준비는? 제가 올리는 글만 쭈욱 읽어도 따로 준비할건 없어요. 학원? 과외? 다 필요 없습니다. 학원이나 과외로 합격했다는 이들은 그냥 응시했어도 붙었을 사람들입니다. 올해 항공사 채용시장은 전례없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항공사가 여건이 너무 안좋은 상황입니다. 이럴때 일수록 더 열심히 노력하기 보다 한발짝 떨어져서 가장 소중한 지금을 의미있게 보내 보세요. 긴 호흡으로 천천히 그리고 마음편히 준비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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