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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값을 못 내는 항공사

 

지난 2월 15일 현대오일뱅크는 이스타항공의 항공유 대금 미납을 이유로 주유를 거부했다. 이스타항공은 부랴부랴 다른 공급처를 찾아 기름을 확보해서 겨우겨우 운항 차질은 막을 수 있었다. 만일 기름을 못 넣어서 운항이 안되었다면 사상 초유의 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항공사가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로 손대지 않는 것이 바로 기름값이다. 택시기사가 밥은 굶어도 차에 기름은 넣어야 운행해서 돈을 벌지 않겠는가? 항공사도 똑같다. 기름값도 내주지 못할 정도면 내부사정이야 보지 않아도 훤하다. 그러면 이스타 항공이 어쩌다가 이렇게 어려워지게 되었을까?

 

 

도입 후, 운항을 못하는 B737MAX 항공기 두대

 

2018년 말 이스타항공은 국내 항공사 최초로 야심차게 B737MAX를 두대 들여왔다. B737MAX는 한 대당 천억이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최신예 항공기다. 이스타항공은 최신 기종 도입으로 인한 홍보효과와 함께 더 먼 거리를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동남아 싱가포르까지 노선 확장을 계획했다. 치열한 LCC 경쟁에서의 승부수였다. 하지만 그 부푼 꿈은 연이은 B737MAX 추락사고로 인해 얼마 가지 못하고 산산이 조각났다. 

B737AMX 치명적인 결함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운항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우리나라 국토부도 2019년 3월에 안정성이 확보될 때까지 운항금지를 명령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스타항공의 B737MAX 항공기는 눈비를 맞으며 공항에 세워져 있다.

전체 항공기 22대 중에 737MAX 2대가 빠지니 10%가 넘는 운항 손해가 발생했다. 항공기는 멈춰있어도 정비비용과 리스비용 그리고 기타 관리비용은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다. 황금알을 낳아 주는 거위를 기대했지만 돈 먹는 하마가 되어버렸다.

 

 

순탄치 않은 제주항공으로의 매각

 

엎친 데 덮친다. 그리고 또 메쳐졌다. 737MAX로 받은 타격에서 허우적 대고 있을 무렵 일본 불매운동이 일었다. LCC 항공사의 노선 구조상 중국과 일본이 전체 70%을 차지한다. 일본 불매로 수익성은 당장에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그러던 중 제주항공이 손을 내밀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흡수하면서 덩치를 키워 국내 1등 LCC로 자리매김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제주항공도 일본 불매운동으로 사정은 좋지 않았지만 아시아나 인수합병에서 밀려난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 뭐라도 해야 했다. 활발하게 진척되던 매각설은 코로나 19로 인해 중단 직전에 이르렀다. 한일/한중은 물론 동남아까지 항공기를 띄울 곳이 없다. 이래서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더라도 아무런 효용이 없다. 부채가 쌓이는 속도만 빨라질 뿐이다.

 

기름값도 내지 못하는 항공사의 미래는 쉽게 그려볼 수 있다. 2000년 초반에 있었던 한성항공도 항공유 대급을 미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폐업했다. 코로나19로 항공시장의 앞날이 불투명한 지금 이스타항공의 빨간불은 언제 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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